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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융기관 '저승사자' 조성목, 빚 눌린 서민 '수호천사'로 변신
작성자 서민금융 작성일 19-09-02 09:02 조회수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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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90901010009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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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서민금융연구원 제공)
  

   

서울 여의도 금융가에서 아주 무서운 사람이었다. 떴다 하면 금융회사들이 설설 기었다. 저축은행을 구조조정하고, 개인정보를 유출한 카드사에 벌 주고, 보이스피싱 사기범과 사채업자 일당까지 잡으니 그럴 만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서민금융 업무를 하며 ‘저승사자’라 불렸다.

이랬던 그가 완벽하게 변신했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 여럿 구했다. 채무자 빚을 덜어주고, 살 궁리를 찾게 해주려 백방으로 뛰었다. 금융회사에서 은퇴한 사람들에게 ‘가정경제주치의’ 라는 이름을 달아, 어려운 이웃을 상담하게 했다. 이제는 서민금융 수호천사가 된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얘기다. 

연구원의 사단법인 인가 2주년을 보름 정도 앞둔 지난달 말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금감원에서 진두지휘하던 때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인상이었다.  

 


◇ 그 놈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금융감독원 과장, 조성목입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누가 ‘금융감독원 과장 조성목’이라면서 운을 뗐다. 100% 보이스피싱이다. 실무자 이름까지 도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전화 받은 사람이 ‘보이스피싱인가’ 의심해서 금감원에 확인하더라도 완전히 속였다. 조 원장은 ‘그 놈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를 만들었다. 여기에 ‘그 놈 목소리 체험관’을 꾸려 사기범 목소리를 실었다.
                     
 
 
“그 놈 목소리 체험관을 운영하고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다음에는 은행이 통장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하도록 바꿨죠. 사기범들이 돈 받는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렵게 하려고요. 한 번에 많이 입금된 통장에서는 일정 시간 지나야 출금할 수 있도록 했고요. 창구에서도 은행원이 고객에게 꼼꼼하게 물어보도록 했습니다.” 금감원 재직 시절 그가 이뤄낸 성과다. 그러나 대포폰은 금감원 영역 밖이라 손대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조 원장은 모르는 번호로 이상한 내용의 전화를 받으면 바로 끊으라고 조언했다. 상대를 타이르거나 화내지도 말고 아예 말 섞지 말라고 강조했다. 혹시 의심스러운 전화가 오면 녹음하고 경찰이나 금감원에 신고하라고 했다. 



“사기범들이 우리 집 주소까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아 넘어가게끔 다 알고 전화하는 거예요. 싸우기라도 했다가는 피자 10판이나 자장면 10그릇을 본인이 아닌 우리 집으로 배달 시켜요. 애꿎은 돈 쓰도록 골탕 먹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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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서민금융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서민금융기관 저승사자 

조 원장은 금감원에서 서민금융기관이 잘못하면 봐주지 않았다. 금감원만으로 부족하면 회계법인과 금융보안원 전문가까지 모았다. 저승사자로 불렸을 정도다.

2000년대 들어 저축은행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뛰어들었다. 본업인 서민금융에서 벗어난 셈이다. 건설사 대출은 주로 시중은행이 해왔다. 저축은행도 부동산 바람 타고 잘 나가는 듯 했으나 2008년 미국에서 터진 금융위기는 비켜가지 못했다. 국내도 강풍이 몰아쳤다.

2011년 금융당국은 이러한 사태를 빚은 저축은행 7곳에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 5000만원 넘게 맡겨둔 소비자는 돈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당국은 부실한 저축은행을 정리했다.

2014년에는 KB국민·NH농협·롯데 3개 카드사에서 1억400만건 이상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신용카드 쓰는 국민 모두의 개인정보가 털린 셈이다. 주민등록번호와 카드 번호는 물론 유효 기간, 결제 계좌 정보까지 새나갔다. 당국은 이들 카드사가 3개월 동안 신규 영업을 하지 못하게 했다.

“금감원에서 이런저런 일 하며 적을 많이 만들었죠. 하지만 꼭 할 일이었습니다. 사채 피해를 신고 받을 때에는 금감원에서도 ‘뭐 하러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비아냥을 들었어요. 사채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100만원 빌려주면서도 장기 포기 각서를 쓰라고 합디다. 사람을 유흥업소에 팔아넘기는 일도 많았어요. 그 사실을 알고 어떻게 그냥 넘어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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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이 ‘가정경제주치의’를 교육하고 있다.

 

◇ 서민금융 수호천사 

조 원장은 더 이상 저승사자가 아니다. 돈 없는 서민의 아픔을 헤아리는 수호천사가 됐다.

“제가 금감원에서 사채 피해 신고를 받을 때만 해도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은행과 증권, 보험은 모두 산업을 분석하는 연구원이 있죠. 서민금융은 관심 밖이었어요. 안 그래도 경제적으로 취약한 서민은 정보조차 얻기 힘들었던 것이에요. 그래서 서민금융연구원을 세웠습니다. 소득이 적어 신용등급 낮았더라도 나중에는 은행 문턱을 넘도록 돕고 싶어요.” 

조 원장은 가계에 단순히 돈 줘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했다. 정책은 이들이 스스로 일어서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경제주치의를 양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기관에서 은퇴한 사람들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상담하게 한다.  

재무 상태, 채무 현황, 소비 습관 등을 같이 보고, 과도한 빚에서 탈출할 방법을 안내한다. 궁극적으로 바라는 소망이 뜻깊다. “서민금융을 연구할 필요가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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