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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고서) 일본 부동산대출 총량규제 실패에서 얻는 교훈
작성자 서민금융 작성일 19-05-17 09:28 조회수 2,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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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일본 부동산대출 총량규제 실패에서 얻는 교훈

(※ 자본시장연구원의 『일본 부동산대출 총량규제의 교훈과 시사점』 보고서 내용을 공유한다. 아래 설명 중 "우리보다 앞서 부동산 버블을 경험"한 일본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조심스럽지 못한 묘사다. 일본이 앞섰다면 한국도 따라간다는 뜻인지 확실치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출이라는 금융 관행은 고도로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출을 조절하겠다는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해 무리한 정책을 펼 때는 큰 위험이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든 대출이든 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혹은 무시한 정책은 정책의 실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체, 혹은 나라 전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가계부채가 거론되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직접적인 이유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부동산관련 대출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주택을 더 이상 투기수단으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존재하는 한 주택구입이 늘어나고 주택가격 또한 상승할 것이다. 이런 기대 하에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가계부채의 문제점은 총량 수준과 증가 속도가 매우 높아서 한국경제의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Ceccheti et al(2011)는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이 85%를 넘어서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한국은 지난해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이 92.8%로서 임계치를 상회하고 있다.김재칠 외(2017)도 같은 방법론을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최근 가계부채는 가계의 소비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강력한 부동산대책과 가계부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8월 2일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약화되었으나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일본도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경기 진작을 위해 공급된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부동산대출이 급증하자 일본정부도 다양한 대출 규제를 시행했지만 대출 억제의 한계에 부딪혀 결국 부동산대출 총량규제(이하 총량규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따라서 일정 수준으로 가계부채를 유지·축소하기 위해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부동산대책과 가계부채대책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보다 앞서 부동산 버블을 경험하고 총량규제를 도입했던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급등하던 부동산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던 일본정부가 선택한 총량규제의 배경, 그리고 효과와 문제점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가계부채대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일본의 부동산대출 총량규제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로 인한 경기 둔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저금리 정책이 시행되고 공급된 과잉유동성으로 일본의 부동산시장은 과열되었다. 일본정부는 과열된 부동산시장과 급증하는 부동산대출을 관리하고자 다양한 규제와 조치를 취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일본정부는 1985년 7~8월 부동산대출을 자제하도록 금융기관에 통지하였으며 대상기관은 시중은행, 지방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회사 외에도 신탁, 신용금고 등을 포함하였다. 이후에도 대장성 은행국장 통달(通達), 금융기관 대상 심리(hearing), 금융기관 주도의 자율규제, 일본은행의 창구지도(window guidance) 등 다양한 질적(정성)규제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투기적 토지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 관리에도 불구하고 높은 토지거래 수요로 부동산가격은 더욱 상승하는 상황이었다. 부동산대출이 계속 증가하자 1990년 3월 27일 대장성(현 재무성)은 부동산대출 억제를 목표로 한 총량규제를 발표하였다. 당시 대장성은 금융기관의 부동산대출에 대한 양적규제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급격한 부동산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총량규제를 도입하였음을 시사하였다. 규제의 주요 내용은 공공택지개발기관 등에 대한 대출을 제외한 부동산대출은 총대출증가율 이하로 억제하는 총량규제와 부동산, 건설업, 제2금융권(nonbank) 3업종의 대출 현황을 보고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총량규제가 도입된 배경으로는 부동산가격 상승 추세가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의 대도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파급되었다는 것과 정부의 지속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대출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기존 정책보다 강화된 조치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표 1>의 당시 공시지가 변동률 추이를 보면, 1986~1988년까지 급격히 상승한 도쿄권의 부동산가격은 1989년 안정세를 보였으나 1990년 다시 상승 조짐을 보였다. 상업지의 경우 1989년 3.0%에서 1991년 4.8%로 1.8%포인트 상승에 머물렀으나 주택지는 0.4%에서 6.6%로 6.2%포인트가 상승하였다. 오사카권이나 나고야권에서는 1987년 이후부터 상승률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공시지가의 상승세가 상업지에서 주택지로, 그리고 도쿄권에서 오사카권, 나고야권으로 전이되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jap1.png

총량규제의 효과와 문제점

총량규제의 도입은 경제적·정치적 상황과 여론을 반영하여 부동산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적정수준의 부동산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판단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하여 부동산대출은 억제되었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총량규제 도입 이전까지의 부동산대출 증가율은 총대출 증가율을 상회하였지만 총량규제 도입기간 동안은 총대출 증가율 이하로 규제되었다.

jap2.png

그러나 총량규제는 버블붕괴를 촉발하고 정책적 목적 이외에 부작용도 초래하였다. 이에 대하여 총량규제의 문제점을 재고찰해보면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총량규제의 시기(timing)에 관해서 Bernanke and Gertler(1999), 翁邦雄·白川方明·白塚重典(2001), Hamada et al(2011) 등은 규제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당시 엔고로 인한 불황대책이 우선되었으며 버블억제책은 이와 모순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총량규제 도입에 대한 적절한 타이밍은 1990년보다 수도권에서의 대출증가와 부동산가격상승이 뚜렷한 1987~1988년 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둘째, 총량규제는 일본은행의 금리인상과 동시에 진행되면서 규제의 강도가 예상보다 높아졌다. 총량규제 도입에 앞서 버블을 억제하기 위하여 1989년 5월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2.5%에서 3.25%로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 8월에는 6%까지 1년 3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급격하게 인상하였다. 이런 정책의 엇박자는 정부와 일본은행 간에 충분한 소통과 인식의 공유가 부족했던 데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부동산대출 문제에 대해 대장성과 일본은행 사이에는 역할 분담이나 책임소재가 모호하였기 때문이다.

셋째,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주택금융전문회사와 농협 금융기관의 부동산대출이 급증하여 총량규제의 효과는 반감(半減)되었다. 버블붕괴 이후, 급증한 주택금융전문회사의 부동산대출은 부실화되어 주택금융전문회사(住專)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1991년 6월 부동산시장에 120조엔 규모의 자금이 대출되었는데 이 중 59조엔은 은행에서, 50~55조엔은 제2금융권(nonbank)에서 유입되었다.

정책적 시사점

일본은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에 따른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부양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실시되었다. 이런 배경 하에 일본 기업들이 상업용 토지를 구입하면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버블이 형성되었다. 반면에 한국은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기적 수요와 낮은 차입비용이 겹쳐져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생성과 붕괴의 과정은 현재 한국의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저금리기조의 지속과 부동산대출의 급증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가계부채가 경제성장과 소비를 제약하는 악영향이 커져가고 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서 8월 2일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후 주택담보대책의 증가세는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투자가 비규제지역으로 번지는 풍선효과와 신용대출(전세대출 포함)의 증가로 규제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이 주거수단이 아닌 가계의 자산형성과 투기 수단으로 인식되고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감이 존재하는 한 부동산대출 증가와 이로 인한 가계부채의 증가를 막기는 어렵다.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부동산가격 움직임과 가계부채 총량과 증가 속도 등에 유의하여 통화정책과 다양한 거시건전성 규제(LTV, DTI, DSR 등)를 적절히 활용한 부동산대책과 가계부채대책이 요구된다. 또한 일본의 총량규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가계부채 총량규제 도입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살펴 본대로 일본의 버블 붕괴는 총량규제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정책간의 부조화 및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소통과 인식공유의 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택은 국민생활의 필수재로서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 주택가격이 상승한다고 그것이 국민생활의 풍요로움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주거환경의 불안정성을 높이며 주택 보유자와 비보유자가간의 불균등한 부의 분배를 심화시킨다. 앞으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마련하고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균등한 부의 분배를 시정할 수 있는 부동산대책과 가계부채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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