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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 40만~60만 명 불법사채시장行… ‘빚투’ 남의 일 아니다”
언론사 동아일보 작성일 18-12-10 13:41 조회수 437
뉴스 원문 https://media.naver.com/article/020/0003184580

인터뷰 | ‘저축은행 저승사자’ & ‘서민금융 전도사’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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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설문 결과 40대, 자영업자 ‘심각’…상담 기능 강화하고 맞춤대출 확대해야”

“래퍼 ‘마이크로닷’ 부모가 이웃과 친척으로부터 돈을 빌린 후 뉴질랜드로 잠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잖아요? 결국 그 돈을 형제자매나 이웃이 갚느라 큰 고통을 겪었다고 해요. 물론 수사해야 알겠지만, 이번에 우리가 조사해보니 여전히 대출을 못 받는 사람은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의존하고 있고, 매년 40만~60만 명이 불법사금융시장을 찾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사태를 겪었는데도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지원책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서민금융 지원은 일시적인 진통 완화제보다 기본 체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상담 활동을 강화해야 합니다.”

생활비, 카드 돌려 막기 위해 대출

11월 26일 오전 서울 봉천동 ㈔서민금융연구원에서 만난 조성목 원장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 보였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3년 내 대부업체 또는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거나 이용 중인 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3769건)한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그는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조 원장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현 금융위원회) 등에서 37년간 일하며 ‘새희망홀씨대출’을 만드는 등 주로 서민금융 정책을 담당했고, 저축은행 사태 때는 저축은행검사국장을 지내며 부실 저축은행을 퇴출시킨 ‘칼잡이’ 역할도 했다. 2016년 퇴임한 이후에는 서민금융연구원을 열어 ‘서민금융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불법사금융 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거의 없었던 거 같은데, 결과는 어땠나.

“가계대출이 1500조 원을 넘어서고 기준금리 인상이 목전에 이른 현 시점에 40대와 자영업자의 금융 상황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조차 대출을 거부한 연 40만~ 60만 명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심각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못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해마다 40만~60만 명이 불법사채시장으로 이동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 같은데.

“그렇다. 2015년까지는 연간 25만 명 수준이었다. 현재 기초 데이터가 집계된 상태고, 개별 항목을 정밀분석 중이라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선 250개 대부업체를 대상으로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2월 법정 최고금리를 3.9%p(27.9→24.0%) 인하한 뒤 ‘신규 대출을 하지 않는다’는 대부업체(등록 대형 대부업체의 32.7%, 소형 대부업체의 13.5%)가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65.5%), 직업군별로는 자영업자(64.4%)의 대출 거절 비율이 높았으며, 20대 대출 거절 비율도 50.4%로 무척 높은 편이었다. 2016년 11.8%, 2017년 26.9%에서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대부업체들은 대출신청 100건 중 13건 정도만 승인하고 있었다.”

승인 거절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뭔가.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가 심사를 강화한 탓이 크다. 앞으로 기준금리도 인상될 거 같고. 대부업체의 조달원가는 올라가고 금리는 떨어지니 잔뜩 웅크린다. 한 대형 대부업체는 최근 점포를 15개 없애고 구조조정을 했다. 여기에 더해 6월 13일부터 적용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채무자 변제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원인도 있다. 변제기간이 40% 줄었고, 이에 따른 원금 손실은 고스란히 금융기관의 몫이다.”

그렇다 해도 20대가 불법사금융시장을 찾는다는 게….

“대출을 신청한 이유는 ‘주거관리 등 기초생활비 마련’ (64.4%·이하 복수 응답), ‘신용카드 대금 등 돌려 막기’(44.0%)로 대부분 생계형 대출 신청자였다. 반드시 써야 하는데 빌릴 데가 없는 거다. 특히 20대는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4대 보험 등 금융권에서 필요로 하는 소득증빙이 안 되는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일수’를 쓰라는 전단이나 명함을 보고 불법사금융의 문을 두드린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대부업체의 대출 규제로 이어진 거 같다. 올해 24%로 낮췄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20%로 공약했는데.


“이자율은 뜨거운 감자다.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준다는 데는 이견이 없겠지만, 대출심사 강화 등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햇살론 등 4대 서민정책 상품으로 사채 수요를 흡수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현재 51개 금융사가 참여한 서민 맞춤대출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그래도 대출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정책대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개인회생 등을 더욱 활성화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채무 조정에 나설 필요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어떤 정책이 더 서민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암 발병했는데 소화제 먹여서야…”

은행(제1금융권)이나 캐피털, 상호저축은행(제2금융권)이 아닌 대부업체(제3금융권)를 찾는 이유는 신용등급 때문일 거 같다.

“그렇다. 신용 6, 7등급 정도의 서민이 주로 대부업체를 이용한다. 미소금융 등 서민지원금융은 주로 저신용자가 이용하지만 9.2%가량만 ‘커버’한다. 결국 보호받지 못하는 계층은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불법사금융시장을 찾는다.”

2016~2017년 취급액 기준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대출’ ‘바꿔드림론’ 등 4대 서민금융 상품 신용등급별 이용 비중은 1~6등급 60.4%, 7등급 30.4%, 8~10등급 9.2%였다.

최근 ‘마마무’ 멤버 휘인, 래퍼 도끼 등 연예인 가족의 돈 문제와 관련한 이른바 ‘빚투’(나도 떼였다) 폭로가 이어지는 것도 사인 간 거래였다.

“우리 조사에서도 대부업체 대출이 거절된 서민은 △부모나 형제자매 등 가족에게 돈을 빌리거나(43.9%)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거나(15.0%) △개인회생·파산제도를 이용했다(14.6%)고 답했다. 문제가 된 ‘빚투’처럼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친·인척에게 돈을 빌리거나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면 대출자는 물론, 친·인척도 곤경에 처하게 된다.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등을 이용하는 저신용 대출자의 부실 문제는 언제든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매년 40만~60만 명이 사채시장에서 빌리는 돈은 6조 원가량이다.”

대책은 뭔가.

“서민금융시장도 하나의 시장이고,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살려야 한다. 먼저 신용 4~6등급 계층이 저신용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관리해야 하고, 저신용자의 경우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저신용자에게 정책 자금 얼마를 지원했다고 할 게 아니라 돈을 주면 될 사람인지, 채무조정을 해줘야 하는지, 개인파산으로 갈 사람인지 등 제대로 ‘진단’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암이 발병했는데 소화제를 먹게 하면 안 된다. 따라서 상담 기능을 강화하고, 저신용자가 자립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금감원 재직 시절 대부업법(‘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안하고 한국이지론(현 서민금융진흥원 맞춤대출)을 만들었나.

“상고(충남 논산 강경상고) 출신인 촌놈이 운 좋게 한국은행에 입행했지만, 조직 내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1991년 경제학 학사와 2014년 석사학위를 땄음에도 ‘상고 출신’이란 주홍글씨는 늘 따라다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마음으로 1997년 제2금융권 감독·검사업무를 담당하는 신용관리기금으로 이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용관리기금을 포함한 4개 기관이 금융감독원(현 금융위원회)으로 통합되면서 본격적인 금융감독 관련 업무를 했다. 외환위기 때라 100여 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업무를 맡았고, 유사수신업체와 사금융시장 등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 업무를 자청했다.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달러를 빌리면서 이듬해 1월 이자제한법이 폐지됐는데, 그때 초고금리 사금융업체가 서민의 눈물을 쥐어짜고 있었다. ‘촌놈’이라 그런지 가슴이 아팠다. 이후 대부업법과 새로운 대출서비스 시스템도 만들었다.”

당시에는 ‘비제도 금융’이라 해서….

“그렇다. 직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팀(비제도금융조사팀)에 자원해 의욕적으로 일했다. 신고포상제도를 도입하고 사채시장보고서를 만들어 관계 부처에 정보를 제공했다. 2001년 3월 당정협의를 거쳐 사금융피해상담센터를 설치해 대한민국 사상 처음 사채피해신고를 받았다. 그때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체포기각서’ ‘안구포기각서’ 등 고리대금업의 민낯이 드러났다. 문제는 피해 신고를 받아도 관련 법률이 없어 사채 이용자를 도와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우리보다 20년 앞서 사금융 양성화를 추진한 일본에 건너가 벤치마킹했고, 대부업법을 제안했다.”

“안 잡아간다, 들어와라”

음지에 있는 사채업자들을 양성화해야 했을 텐데.

“2002년 10월 대부업법 시행을 앞두고 사금융업자들의 등록을 독려하고자 전국을 순회하며 대부업법을 홍보했다. 한 지방자치단체에 갔더니 업자들이 약속된 강당에는 오지 않고 도청 정문 앞에 모여 있더라.”

왜 그런가.

“업자들이 행정기관을 꺼려했으니까. 그리고 혹시나 전력을 문제 삼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업자에게 ‘잡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다들 들어오시라’고 약속하면서 설명회를 진행했다. 그때 느낀 게 대부업법 시행과 불법채권추심에 대한 단속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디서 돈을 빌려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유리한 대출 상품을 안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2005년 12월 한국이지론을 설립한 거다. 최소한 ‘정보의 비대칭’으로 고리사채를 이용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지 않게 해야 했다.”

한국이지론은 현재 서민금융진흥원 맞춤대출로, 저신용자가 자신이 처한 조건에 맞게 여러 금융사의 대출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다. 대출을 알아봐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조 원장은 저신용·저소득 차주(借主)를 위한 대출 상품을 묶어 ‘희망홀씨대출’로 브랜드화해 은행들이 취급토록 했다. ‘환승론’(현 바꿔드림론)을 제안하고, 미소금융 탄생의 밀알이 된 휴면예금관리재단 설립을 주도하는 등 서민을 위한 금융 안전지대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1995년 은행검사역 시절부터 궁금한 게 ‘은행에 맡긴 예금이나 보험금을 고객이 찾아가지 않으면 왜 금융사 잡수입으로 처리하는가’였다. 누구에게 물건을 맡기고 찾아가지 않으면 법원에 공탁하고, 그래도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에 귀속한다. 그래서 한 국회의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 2007년 8월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금융권에서 출연한 약 2000억 원의 재원을 종잣돈으로 2008년 3월 소액서민금융재단(휴면예금관리재단)이 설립돼 미소금융을 탄생시키는 밀알이 됐다.”

‘저축은행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유는 뭔가.

“2010년 하반기부터 삼화·부산저축은행 등에서 촉발된 저축은행 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2011년 4월 서민금융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저축은행 검사1국장이 됐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당시 금감원 검사역들은 매일 검찰에 불려가 수사를 받았고, 언론에서는 금감원을 ‘금융강도원’이라며 비판하던 시절이었다. 85명의 검사역들과 고사까지 지냈을 정도니…. 우선 외부 청탁이나 압력을 막고자 모든 검사역의 전화에 녹취시스템을 설치했고, 부당한 전화의 녹음을 당부했다. 그러고 나서 저축은행에 대한 일제 경영진단을 제안했고, 부족한 인력은 국내 회계법인 회계사로 충원해 339명(저축은행 담당 회계사 100명, 예금보험공사 60명, 내부 인력 179명)으로 경영진단반을 꾸려 2011년 7월 5일 사실상 검사에 돌입했으며, 수개월에 걸친 검사 끝에 33개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현재 저축은행은 연간 2조 원가량 이익을 내고 있다.”

“서민금융종합센터 역할을 할 것”

저축은행 사태는 국내 저축은행들이 2000년대 들어 본업인 서민대출에서 벗어나 시중은행이 독점해온 건설사 대출 사업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시작됐다. 부동산 바람을 타고 2005~2007년 집중적으로 이뤄졌지만 2008년 말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부실화되기 시작해 결국 저축은행 부실로 이어졌다.

저금리 대출 상품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는 서민도 많다. 수법도 날로 발전해 최근에는 전 대통령 영부인을 사칭하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문제는 수사기관은 물론, 금융권은 예금자 보호를 위해, 통신사는 통신고객 보호를 위해 적극 동참하는 민관협업이 중요하다. 2015년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릴 때 사기범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그놈 목소리’ 정책을 펴 전년 대비 약 40%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협력해 사기범 녹취파일을 받았고, SK텔레콤 측에는 외국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대해 수신자에게 ‘국제전화입니다’라는 음성안내를 하도록 요청했다. 사기범 목소리가 나오면 지인들이 알 수 있고, 노인분들에게는 학습효과도 있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모두 방송했으며, 이후 인기가 좋아 여자 사기범 목소리를 담은 ‘그녀목소리’, 사기범 전화에 대처를 잘한 사례를 모은 ‘그분목소리’ 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홍보했다.”

앞으로 계획은?

“금감원 재직 시절 ‘인간이 만든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신념과 경험을 바탕으로 서민금융연구원을 출범했다. 2016년 중순부터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준비했는데, 소액대출이나 상담 등 서민금융에 특화된 연구기관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전문 연구인력이나 재원 마련이 어렵다. 아직은 50여 개 단체, 100여 명의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원이 좋은 성과를 내면 뜻있는 분들이 함께해주리라 생각한다. 연구원도 구체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서민금융종합센터로서 역할을 해나가겠다. 서민금융연구원이 필요 없는 날까지 현장 중심의 연구, 금융주치의 양성, 상담 기능 강화 등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6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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