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4400억…87% 늘어
금융이해도 낮아 피해 커져
성인대상 체험 교육 늘려야
'4440억원.'
지난해 대한민국은 보이스피싱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6년 1924억원에 달했던 피해액은 지난해 444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전년 대비 87.2%나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피해자 수도 2만7487명에서 4만8743명으로 두 배나 증가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피해자들을 정교하게 기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사기 행위도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성인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지난달 서울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금융교육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는 보이스피싱·파밍·스미싱·메신저피싱 등 다양화하고 있는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에 나선 안용섭 한국사이버외대 외래교수는 "금융과 ICT가 결합하면서 핀테크 산업 발전에 따른 순작용과 더불어 부작용이 증폭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핀테크의 기본은 비대면 금융 의사결정이다 보니 이에 따른 잘못된 의사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안 교수와 함께 토론에 나선 최병일 매일경제신문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화로 피해자를 기만해 자금을 빼가는 수법을 넘어 문자메시지, 애플리케이션, 메신저 등까지 불법 행위에 악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자금 수요가 많은 40·50대와 사회초년생인 20대 등은 대출빙자형 사기 피해가 많고,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사칭형 사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와 최 연구원은 보이스피싱 급증세를 막기 위한 위기 대처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무하다시피 한 성인 금융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전 국민의 경제·금융지식 배양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핀테크 시대에 걸맞은 전자금융 문해력 향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현재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현황에 맞게 고령층을 위한 전용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셜미디어 활용도가 높은 젊은 세대에게도 이에 걸맞은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고 했다. 최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금융지식은 평균보다 높지만, 금융 행위나 금융 태도에서 다소 낮은 점수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강의식 교육보다 체험식 금융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을 촉구했다. 최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금융교육은 정권 교체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100년을 내다보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현재 운영되는 금융교육협의회는 그 역할이 제한돼 경제·금융교육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연방 차원에서 금융이해력 교육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범정부 차원의 정책 공조가 요구된다"고 했다.
[강영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