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론 경제성장 못한다?…생산력 높일 방안도 구체화해야
이윤희 기자 | sympathy@newsis.com | 등록 2017-05-17 17:54:54
文정부 경제정책 핵심은 소득 증대 통한 선순환 구조 전문가들 "소득 늘면 경제 성장" vs "검증 안된 성장론" "소득 주도 성장과 함께 생산력을 높일 기술발전 방안도 내놔야"
【세종=뉴시스】이윤희 기자 = 새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대신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출범을 확정하면서 향후 5년간의 정 과제 선정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경제 분야에선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로 대표되는 '제이(J)노믹스'의 구체적 면모가 드러날 전망이다.
우선 J노믹스는 케인즈 이론에 입각한 정부 재정 투자와 소득 주도 성장론이 결합된 형태로, 재정 투입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지출을 확대해 총수요를 늘리면 경제성장이 선순환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복지지출을 증가시키는 차원을 넘어 일자리를 통해 국민소득을 높인다는 점에서 소득 주도 성장론보다 다소 진일보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은 소득 주도 성장론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성장론은 검증이 안된 이론"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17일 학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국정기획자문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득주도 성장론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정기획자문위 전체가 어떻게할 지는 두고봐야겠으나, 김 위원장이 소득 주도성장을 언급했다"고 말했고,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제이노믹스라는 말을 학문적으로 하면 소득 주도 성장"이라고 했다.
사실 소득 주도 성장은 우리경제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과 수출이 주도하던 기존의 성장공식을 가계 소득과 내수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요체는 낙수효과가 아닌 분수효과를 겨냥한 성장론이라는 점이다. 대기업 수출 중심의 성장 효과가 가계로 퍼지는 낙수 효과가 없어진 만큼 임금 상승 등으로 가계소득이 늘면, 내수경기가 살아나고 기업 활력도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렇게 기업이 호황을 누리면 다시 투자와 고용을 늘려 가계 소득도 올라간다고 본다.
기존 성장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우리경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한편, 완전히 새로운 시도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박 전 총재는 오래전부터 우리경제가 내수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표적 인사다. 제이노믹스가 추구하는 소득 주도 성장에도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 전 총재는 "박근혜 정부까지 경제정책은 기업이 성장하면 낙수효과로 소득이 퍼져나가는 기업 소득 보호정책이었다"며 "하지만 문제는 기업 소득이 늘어도 투자를 기피하고 사내유보금을 쌓아 돈이 가계로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수출까지 안되니깐 성장이 막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득 주도 성장은 순서가 바뀌어 가계소득과 소비가 주도한다. 가계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기업이 성장한다. 이것이 분수효과 성장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소득 주도 성장은 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리고, 내수를 부양하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선순환구조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라며 "과거 임금상승률과 생산성증가율을 비교해보면, 임금상승률이 생산성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과, 임금을 높여 내수가 늘면 성장률이 늘 수 있다는 계량적 모형의 연구결과에 기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기업은 새로운 산업을 못찾고 있고, 기존산업의 기술력을 높여야 하지만 아직 부족한 상태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고, 청년일자리도 없고 실업이 느는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며 "원칙적으로는 기업이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맞지만 위급상황에서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반대 논리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 주도 성장론은 경제 이론적으로 성장론이 아니다"며 "새로운 가설일 수는 있으나, 이론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검증된 바가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소비를 한다고 해서 경제의 생산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생산력은 자본축적량, 노동력, 기술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며 "소득은 성장의 결과일 뿐 원천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득증대에 따른 내수활성화가 경기활성화에는 도움이 될지라도 공급측면에서 생산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는 없어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경제성장론과 경기순환론을 혼동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성장과 분배의 두마리 토끼를 쫓다보니 오히려 유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박 교수는 "(경제성장과 양극화해소) 둘다 안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학에 두가지 목적을 추구하려면 두가지 있어야한다는 말이 있다"며 "경제정책에는 일석이조가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라고 했다.
결국에는 소득을 끌어올려 내수경기를 부양하는 정책과 함께 잠재적 생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별도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으로 가계 소득을 늘림과 동시에 민간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생산능력을 올리기 위한 세 가지 방법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은 기술발전이다"며 "소위 말하는 R&D, 기술집약형 창업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화두를 꺼냈기 때문에 되돌리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공공부문 일자리는 사회서비스나, 안전 등으로 국한을 하고, 나머지는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생기게 해야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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