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더하이원펀딩 바지사장 내세워 등록 후 영업 재개 의혹…금융당국 '점검대상'서 빠져]
금융당국이 P2P(개인간)대출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며 지난 3월부터 도입한 ‘P2P대출 연계 대부업자’ 등록제도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2P업체를 감독할 법규가 없어 대부업법상 대부업자로 등록하게 했는데 명목상의 ‘바지사장’을 내세워 등록한 뒤 실질적인 대표가 고객 돈을 가로채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2일 P2P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표가 200억원 상당의 고객 돈을 가지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P2P업체 더하이원펀딩은 지난 4월26일 금융위원회에 ‘P2P대출 연계 대부업자’로 등록했다. 지난 2월 등록을 추진하다 한 차례 반려된 뒤 2개월 후 등록됐다.
지난해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P2P업체는 반드시 P2P대출 연계 대부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금융위에 등록하지 않고 P2P대출을 취급하면 미등록 불법영업으로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받는다. 등록 요건은 △자기자본 3억원 이상 △대표이사 등 임원진의 8시간 교육 이수 △건물을 소유하거나 임차하는 등으로 고정사업장 보유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요건 충족 등으로 까다롭지 않다.
문제는 더하이원펀딩이 금융위에 등록할 때는 황인철 대표를 내세웠으나 실질적인 대표는 잠적한 이철규 대표였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더하이원펀딩이 지난 4월 오리펀드를 인수한 뒤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대표가 더하이원펀딩 대표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소개돼 있다.
더하이원펀딩 홈페이지에는 황 대표가 대표이사로 올라 있지만 최고경영자(CEO)는 이 대표로 기재돼 있다. 더하이원펀딩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는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더하이원펀딩 대표로 일했고 회사에서도 모두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더하이원펀딩이 황 대표를 내세워 금감원에 등록한데 대해서는 “이 대표가 과거 사기 전과 기록이 있어 금감원 등록이 불가능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P2P업체의 등록 실무와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더하이원펀딩이 등록 신청할 때 이 대표는 주요 주주나 경영진에 전혀 이름이 없었다”며 “이 대표의 과거 이력 등을 확인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더하이원펀딩의 등록을 한 번 반려한데 대해서는 “대표이사로 등록된 황 대표가 금융권에 대출 연체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2개월 뒤 다시 등록 신청을 했을 때는 이 문제가 해소돼 등록해줬다”고 말했다. 결국 실권을 가진 이 대표는 경영진에서 빠지고 금융위 등록을 위해 황 대표를 ‘바지사장’으로 세운 것으로 보인다.
더하이원펀딩의 한 투자자는 “대출상품 중 담보가 확인된 것은 2~3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허위 상품이었다”며 “작정하고 사기를 치려 회사를 차린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에 등록했다는 말만 믿고 투자했다 수천만원을 날렸다”고 하소연했다. 더하이원펀딩의 계열사로 이 대표와 함께 대표가 잠적한 오리펀드와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24일 파산을 선고한 헤라펀딩 역시 금융위 등록업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P2P금융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P2P업체의 금융위 등록을 의무화한 만큼 관리·감독이 좀더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말 기준으로 금융위에 등록된 P2P대출 연계 대부업자는 133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