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법정최고금리 일몰 삭제한 대부업법 통과
문재인 정부 공약대로 20% 인하방안 속도낼 듯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금융권의 최고금리 상한선을 규정하는 대부업법의 일몰 규정이 사라지면서 이자상한선(최고 24%) 규제가 상시화된다. 법이 제때 연장되지 않아 생길 ‘입법공백’이 사라지면서 최고금리 규제의 법적 안정성이 한층 강화됐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연 20% 수준의 최고금리 인하 방안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이 공동발의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최고금리 규제를 상시화하고 대부업자에 대한 연체가산금리 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부업법에는 대부업체와 은행이나 저축은행 같은 여신금융기관이 받을 수 있는 최고금리를 규정한 대부업자의 이자율 제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 전 금융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금리 상한선이 담겼다. 이자상한선은 종전까지 27%로 적용해오다 올해 2월부터 24%를 인하했다.

하지만 대부업법상 이자제한 규제는 일몰조항이어서 3년마다 부칙 조항을 연장해 왔다. 그러다 보니 법 공백기 고금리 대출 영업이 이뤄져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실제 지난 2015년 대부업법이 시효연장이 안 된 상태에서 일몰돼 이후 석달 간 규제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자제한법인 상시화 되면 법 조항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생길 공백 우려와 입법비용이 줄고 소비자들의 권익도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일몰 연장 전후로 대부업체의 만기를 3~5년간 장기화하는 식으로 최고금리 인하 효과를 무력했는데 이런 꼼수대응이 줄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이번 최고금리 상한선의 상시화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속도를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 운영 5년간 계획’에서 최고금리를 단계적으로 20%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혔고 금융위도 공약을 실현하려 실무차원에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몰을 연장하는 식으로 가면 연장된 기간 동안 최고금리를 그대로 둔다는 시그널이 된다”라며 “일몰 규정을 없앤 뒤 상황을 봐가며 관련 규정만 고치면 곧바로 최고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고금리가 가파르게 내려가면 수익성이 떨어진 대부업체가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기피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업체가 과거에는 고금리를 받으며 저신용자의 신용위험을 보전했는데 현재는 최고금리가 크게 인하되면서 이런 영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덕배 서민금융연구원 학술부원장은 “대부업 조달비용이 높다보니 저신용자에게 빌려주던 자금을 줄이게 되고,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면서 “급격히 금리를 낮췄다가는 최저임금처럼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순원 (cr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