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보기 허정인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사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있는 신복위 서울중앙지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복위 제공
“혼자 끙끙 앓다가 더 큰 빚으로 키우기 전에 용기 내어 한 번만 들려주세요. 상담비용도 없어요(웃음). 함께 고민하면 빚을 해결할 방법을 쉽게 찾을 수도 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 허정인 신용상담사(36)는 빚 때문에 홀로 숨어지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어드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 새해 목표라고 말했다. 허씨는 “개인별 맞춤 채무상담을 넘어 채무자들의 다친 마음까지 살필 수 있는 금융주치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씨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있는 신복위 서울중앙지부에서 지난 2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채무조정을 통해 빚을 해결한 분이 아무 용건 없이 불쑥 신복위를 찾아 안부 인사를 하고 갈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면서 “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는 말 한마디가 희망이 된다”고 웃었다.
신복위는 과중한 채무와 신용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경제적 재기 지원을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일대일 상담을 통해 부채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채무조정(워크이웃)이 필요한 과중채무자에 대해 연체이자는 전액, 원금(상각채권)은 최대 60% 감면 후 최장 10년 내 분할 상환할 수 있게 채무조정을 돕는다. 또 대학생 등 청년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햇살론, 긴급자금을 빌려주는 소액금융지원 등의 다양한 제도도 운영 중이다.
허씨는 채무자가 양지로 나오려면 사회적 편견도 바뀌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는 “채무자에 대해 분별없이 대출을 한다는 막연한 편견이 있는데 느닷없는 실직과 질병, 메르스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 등으로 생긴 빚을 갚다가 마지막에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아무 대비 없이 실직한 4050세대 중년 남성들이 가장 많이 신복위를 찾는다고 전했다. 최근에도 ㄱ씨(45)가 실직 후 900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빚을 갚으려 했지만, 이자가 늘어나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신복위를 찾았다. ㄱ씨는 일하다 허리를 다쳐 정상적인 생활도 힘든 상태였다.
허씨는 법원과 연계해 파산 신청 절차를 밟고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지인 빚 대신 갚는 경우 30%
개인 탓 돌리는 편견에 상처
그는 “상담자마다 각각 다른 사연이 있지만 대부분 무슨 수를 쓰더라도 빚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채까지 빌려 연체를 막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며 “상담자의 30%가량은 지인 등의 빚을 대신 갚는 경우로 채무자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편견이 상처받은 사람을 음지로 더욱 숨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10명 중 3명은 20대라 고민
실업·신용불량에 두 번 우는
청년 위해 사회적 지원 필요
허씨는 최근 청년실업으로 대학생 등 청년층의 채무가 늘어 고민이다. 7년 전 입사 초기 무렵엔 20대 상담자가 10명 중 1명 미만이었는데 2016년쯤부터는 상담자의 10명 중 3명가량이 20대라고 전했다. 이런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햇살론 제도를 운영 중인데, 안정적 재원이 확보되지 않아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예산안에 서민금융지원 목적으로 2200억원을 요청했지만 국회에서 전액 삭감돼 금융회사의 출연금을 받아 지원키로 했다. 허씨는 “실업과 신용불량에 두 번 우는 청년을 위해 사회적 지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질병이 생기면 병원을 가는 것이 당연하듯 연체가 시작되면 주저하지 말고 신복위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