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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영업 망하면 우리도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니까”
언론사 한겨레 작성일 19-07-01 10:25 조회수 253
뉴스 원문 http://www.msn.com/ko-kr/money/topstories/%E2%80%9C%EC%9E%90%EC%98%81%…

© 제공: The Hankyoreh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19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1차 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지 90일 만인 이달 27일, 재심의 기간을 고려한 최종 시한은 7월15일이다.


최저임금위 회의를 앞두고 경영계가 동결을 요구하고, 일각에선 삭감 주장까지 펴 노동계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중소상인 자영업자 총연합회’(한상총련)는 경영계 쪽이면서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다른 결의 목소리를 내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상총련은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열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며 “근본 문제는 대기업의 독과점”이라고 지목한다.


한상총련 방기홍(56) 회장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과 자영업의 실상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상총련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상인단체로는 이례적으로 찬성 뜻을 표시해왔는데.

“자영업자들이 어렵게 된 이유가 최저임금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을 말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비가 늘어나 골목상권 매출이 늘어난다고 쉽게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계속 악순환하게 둘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자영업도, 노동자도 다 어렵다. 자영업이 어려운 열가지 이유 중 최저임금이 한 요인이긴 하나, 근본적이고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거다. 노동자도 어렵고 힘든 게 사실이다. 그들의 임금도 올라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할 때 전제는 있었다. 열가지 중 나머지 요인들 개선한 다음 최저임금이 올라야 맞다. 자영업자들만 계속 고통 감내하라 할 수는 없다.”


© 제공: The Hankyoreh


―상인들의 이익단체로서 회원사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려움이 있다. 2년간 30%가량 올랐으니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가 (나머지 사항들) 개선 노력을 더 해야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늘어 골목상권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는 건 안일한 생각이다. 자영업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대기업 독과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 수준에서 대형 마트 250개 정도(인구 20만명당 1개꼴)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지금 550개를 넘는다. 자영업 과포화·과밀 얘기하는데, 대기업 쪽 과밀은 더 심하다. 이런 구조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늘어도 그 효과는 고스란히 대기업 금고로 들어간다. 골목 곳곳에까지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들어와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근본 대책을 함께 펴야 한다.”


―정부 정책으로 시장구조를 바꾸는 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지 않은가.

“시장경제 체제에서 강제로 퇴출시킬 수는 없다.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장 분리’ 정책을 펼 수는 있다. 예를 들면 해당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상품권’ 사업이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던 게 현재 전국으로 확산돼 시행되고 있다. 이런 정책 필요하다. 자영업을 위한 정책, 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이 했다. 그런데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물이 끓으려면 100도가 돼야 하는데 20~30도의 미지근한 상태였다. 정부 정책의 집중력과 실행력이 떨어져 수혜를 체감할 수 없었다.”


―대표적인 예를 꼽는다면?

“지역상품권 사업만 해도 올해 상반기에 3조원, 하반기에 4조원 규모로 한다 하는데 중앙정부 6%, 지자체 4% 합해서 10%(할인 발행 부분) 지원하는 방식이다. 4조원 규모라 하면 4천억원 지원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된다.”


―자영업 대책 미흡이 정부 의지나 야당의 반대 때문만은 아니지 않은가. 예컨대 대형마트 규제는 소비자 편의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코스트코가 들어오면 쇼핑 환경 좋아지고 시민들 좋아한다. 하지만 시 전체를 놓고 보면 피해가 크다. 지자체가 이를 널리 알리고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할 일 아닌가. 정부가 행정력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해달라는 것이다.”


―자영업의 어려움은 과당경쟁 탓도 크지 않은가? 숫자가 줄지 않고는 어려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 아닌가.

“일리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 비중이 26~30%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배가량이다. 숫자 줄어야 하는 거 맞다. 그런데 대책 없이 숫자 줄여서 해결하자는 건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다. 자영업 숫자 늘어난 건 사회·경제적 구조 탓이 크다. 자영업 하고 싶어 하는 사람, 많지 않다. 외환위기 이전엔 자영업 많지 않았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해가면서 장기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선진국의 자영업 비중이 높지 않은 건 안전망이 갖춰져 있기 때문 아닌가.”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다른 상인단체들은 동결 주장을 펴고 있는데.

“상인단체로선 당연하다. 어려우니까. 그러나 그렇게 해서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게 우리 주장이다. ‘을들의 싸움’으로 가선 안 된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이 서로 입장을 몰랐다. 노동단체들을 만나 우리 고통과 입장을 얘기하고 서로 처지를 인식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노동계도 무조건 임금만 높이자는 식으로 주장하지 않고 같이 사는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 공통분모를 찾고 있고, 찾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단체 회원들은 회장과 달리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00%는 아니나 대개 동감한다. 솔직히 동결하면 좋겠지만 우리 입장만 생각할 수 없다. 속도 조절은 필요할 거 같다. 올해만은 속도 조절을 했으면 좋겠다. 다만, 최저임금만이 문제가 아니고 그걸로 모든 문제를 덮어선 안 된다.”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화하자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지역별, 업종별로 차등화하면 (낮게 적용)되고 안 되고에 따라 갈등이 많아질 거다. 문제 있을 것 같다. 규모별 차등화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예컨대 종업원 수나 매출액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식으로….”


―문구점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1990년부터 천안에서 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됐다. 소매상 아닌 도매상으로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하니 여태 버티고 있다. 지금은 소매를 겸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우리도 부담스럽다. 초임뿐 아니라 경력자들 임금도 오른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받아서 부담을 약간 덜게 됐지만 미흡하다. 지원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혜택은 적다. 예산이나 여러 제약 요인이 있겠지만 취지를 살릴 정도가 못 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종업원) 30명 미만이면 구분 없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했으면 좋겠다. 임금 수준 210만원(초기엔 190만원), 4대 보험 가입 같은 부대조건을 많이 붙이다 보니 대상자는 제한되고 체감도는 떨어진다.”


―지원 폭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닌가?

“그러지 않고는 자영업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한상총련의 규모는?

“22개 단체(조합, 협회)를 포괄하고 있고 회원은 10만명가량 된다. 우리는 회원사 이익만 대변하는 게 아니라 시장구조를 바꿔서 모두가 잘되게 하자는 쪽이다.”


―그건 공익단체나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 아닌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참여연대 같은 공익성 단체와 연대하고 있지만 이런 단체들은 자영업 문제에만 집중할 수 없다. 우리만큼 절박하게, 심각하게 생각할 수 없다.”


―한상총련은 노동단체들과도 만나 모임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자와 노동계의 처지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최저임금 노동자나 우리나 을의 처지다. 그들이 나고, 내가 그들이다. 이 사업(문구점 운영) 하다가 망하면 마트 노동자 할 수밖에 없다. 식당 하다 망해 노동자 하고 있고, 노동자로 일하다가 (회사) 망하면 자영업 해야 하는 처지 아닌가. 그러니 을들끼리 싸우지 말고 손잡고 같이 가자는 것이다. 연대의식 갖지 않고는 돌파할 수가 없다. 우리가 노동자 입장에서 요구하면 시민사회나 반대 세력도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거 아닌가.”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노동단체와 접촉하는 횟수가 많은 탓에 정치적인 행보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더라.

“오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전혀 아니다. 처음부터 따로 구분해서 만난 게 아니다. 여기저기 다 다녔는데 우리를 만나고 얘기를 들어준 이들이 그분들이었다.”


―자영업 어려움의 근본 이유로 꼽은 재벌 독과점은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고, 해결에 시간이 많이 걸릴 먼 얘기로 들린다. 상인들이 체감하기 어렵지 않겠나.

“상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은 ‘내가 왜 어려운지’ 정확히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막연히 경기가 안 좋아 안되지, 이렇게만 생각한다. 시장이 축소되고, 터전이 축소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지 않는다.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를 든다면 ‘지역상품권’ 사업이 있다. 시장을 일단 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걸 확대하자는 것이다.”


―지역상품권의 효과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많다. 제한된 지역에서 소액으로 실험해볼 수 있는 방안이지, 전국으로 확대해서 대대적으로 할 만한 방안인지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온누리상품권 때문에 그런 의견이 있다. 지역상품권은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과는 다르다. 전통시장뿐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업소들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역상품권을 통해 돈이 한번 돌아가는 동안 지역 내에서 머물게 된다. 재정의 추가 부담 크게 없이 지역, 내수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자영업의 애로점으로 자주 꼽히는 임대료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되도록 임차 기간을 길게 보장해줘야 한다. 임대료는 5%(연간 상한)로 제한돼 옛날보다는 덜하나 부담이 크다. 그나마 이는 서울, 수도권의 문제고 지방은 공실이 많다. 사실 임대료 문제도 대기업 독과점과 관련 있다. 자영업자들이 기반을 잡아 상권 일궈 좋아지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밀고 들어와 임대료를 폭등시키지 않는가.”

인터뷰 마지막에 방 회장은 “(여타 단체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을과 을의 갈등으로 비치지 않기를 무엇보다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자영업 입장 이해한다. 다만, 우리는 노동자들과 함께 살길을 모색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노동계와 연대하고자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터전을 확보하자는 게 목표다.” kimyb@hani.co.kr


문구점 운영 29년 … “정치 욕심? 능력 없다”

방기홍 회장은 누구

충북 청주 출신으로 1990년부터 천안에서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도매상으로 시작해 지금은 소매업을 겸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한때 200~300개에 이르던 거래업체가 지금은 20~30개 정도라고 한다. 20명가량 되던 직원 수는 10명으로 줄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문구점 영역을 파고든데다 초등학교 학습 준비물을 정부에서 무상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방 회장은 2011년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결성을 주도해 지금껏 회장직을 맡고 있다. 학습준비물 무상지원 제도가 교육비 경감이란 긍정적인 효과를 냈지만, 최저가 입찰 방식 탓에 준비물의 질이 떨어지고, 문구업계 전반의 생존이 위태롭게 된 문제를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문구점살리기 운동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방 회장의 사회 운동은 이어졌고 참여연대를 통해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연결됐다. 문구점살리기연합회는 유통상인연합회 등과 합쳐 2015년 5월 ‘전국 을(乙) 살리기 국민운동 본부’를 꾸렸고, 2018년 ‘한국 중소상인 자영업자 총연합회’(한상총련)로 확대 개편했다. 유통상인연합회 활동을 주도한 인태연(56) 한상총련 초대 회장이 지난해 8월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으로 발탁된 뒤 후임 회장에 추대됐다.


방 회장은 참여연대, 노동단체와 연계 활동을 벌이는데다 전임 회장이 청와대에 입성한 데 따른 정치적 해석에 대해 “정치 욕심이 있었다면 지역 활동을 했을 것”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정치할 능력도 안 되고 소양도 없다. 무엇보다 가족들 반대 때문에라도 못 한다. 내 역할만 능력껏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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